후플푸프가 야망이 있을 수 있다.

 그리핀도르도 사려깊을 수 있으며

 슬리데린이 성실할 수 있다.

 

 또한 래번클로도, 용감할 수 있다.

 

 *

 

BEFORE THE WAR

 

 호그와트는 여전히 환했지만, 마법세계는 어둠이 지저에 깔려 있었다.

 옥타비아는 부모님의 손을 붙잡고 멀리서 모이는 호그와트로 고개를 돌렸다. 저기서는 교직원들이, 많은 덤블도어의 군대가, 그리고 이 일에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는 불사조 기사단이 모여 이 세계를 되돌리기 위한 싸움을 준비하고 있을 터였다. 또한 많은 학생들이 저 싸움에 참가하지 않은 채, 부모와, 혹은 친척의 손을 잡고 호그스미드를 떠나고 있었다. 옥타비아는 차마 그들을 비난 할 수 없었다. 그들이 싸우기에는 충분히 어린 나이였을 뿐만 아니라, 그 가운데에는 옥타비아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자격이 없었다.

 

 그녀 또한 덤블도어의 군대였는데.

 바람이 왱 불었다. 백금발이 허공에 휘날렸다가 어깨에 다시 내려앉았다. 잔뜩 헝클어진 머리였으나 옥타비아는 그걸 정리할 생각조차 없었다. 

 

 옥타비아는 목숨을 건 싸움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겁쟁이였다. 마법세계의 일 보다는 그녀의 안위가 더욱 중요했다. 언제나 부모님이 하셨던 말씀이 머리속에 콕 박혀 있는 것도 옥타비아가 그 대 전쟁에 참가하는것을 저지시켰다. 집안 시끄럽게 하지 말아라. 네 안위를 언제나 우선순위로 생각해라. 움직이지 말아라. 관여하지 말아라. 침묵해라, 침묵. 침묵. 침묵.

 

 그래서 지금 그녀가 침묵하고 있지 않은가, 관여하고 있지 않고, 큰 소리 내지 않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이렇게 부모님의 손을 붙잡고.

 

 그렇지만 그녀는 죄책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지난 시간동안 함께 있었던 학생들이, 심지어 자기보다도 어린 애들이 저렇게 싸움을 준비하고 있는데. 나 또한 이 저항의 일원이었던 덤블도어의 군대라고 생각했는데. 괜찮다고, 가도 된다고, 자기들이 볼드모트를 무찔러 보이겠다고, 이렇게 장담하던 아이들이 생각났다. 옥타비아는 그들을 생각하면 가슴 속에 큰 돌덩이가 쿵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실 덤블도어의 군대였다는 사실이 지금 그나마 자기위안을 해 주는지도 몰랐다. 엄브릿지에 대항하기 위해 억지로 만든 그룹이었고,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대항하기 위한 호그와트의 중추였던 그 덤블도어의 군대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옥타비아가 '무언가 했다는'느낌을 주고 있어 그나마 느낌이 덜한 걸지도 몰랐다. 그래, 나는 무언가 했어. 아무것도 안 했던 사람들과는 달라. 나는 싸웠다고.

 

 하지만 사실 그것도 내 안위에 큰 영향이 없을 정도로만 했잖아.

 

 아무것도 안한 사람들과는 그래, 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별반 다를 바는 없었다.

 

 다시 왱 하는 바람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돌아가야지, 느즈막히 속삭이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그 사이에서 들렸다. 옥타비아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내가 여기서 떠나도 후회하지 않을까? 그들과 함께 싸우지 않은것을 후회할까? 사실 후회할 것이 분명했다. 이 죄책감에 평생 시달릴 것이 분명했다. 만약-만약이지만 그들이 그렇게.... 

 

 

 

"옥타비아!"

 

 그 상념을 바람소리를 뚫고 들어온 목소리가 깨트렸다. 익숙한, 눈물나게도 익숙한 그 목소리에 옥타비아가 헉, 소리를 내며 뒤를 돌아보았다. 어둠에 묻히지 않고 붉게 타오르는 그 머리카락이 보였다.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언제나 옆에서 보던 그 머리칼이라 옥타비아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붉은 머리카락, 커다란 키, 단단한 그 손에는 지팡이를 쥐고, 언제나 장난기 있는 얼굴이었던, 프레드 위즐리.

 

 그가 커다랗게 외쳤다.

 

"기다리고 있어! 여긴 우리가 있으니까!"

 

"다 끝나고, 갈게!"

 

 

 옥타비아가 입을 일자로 다물었다. 기다리고 있으라고? 당신 옆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새파란 집 안, 이불 속에서 달달 떨고 있으라고? 옥타비아는 가슴 속이 뜨겁게 달궈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 이때까지 자기위안이나 하고 있었던 자신은 천하의 멍청이었다. 어떻게 저 사람을 이 전장 속에 혼자 두고 안락한 집에서 소식이나 듣고 있겠는가. 사실 옥타비아는 이성적인 생각을 할 틈 조차도 없었다. 그냥 충동과 함께 달리기로 했다. 잡고 있던 이성따위는 저 남자의 등장과 함께 사라졌다. 아니, 그건 이성이 아니라 그냥 아집이었는지도 모르지.

 

 옥타비아는 부모님의 손을 뿌리쳤다. 당혹스런 부모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언제까지가 순종적이었던 딸의 이런 행동에 낯설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먼저 가 계세요. 저는 저 곳에서 있을 테니까."

"옥타비아! 왜 그러니, 갑자기?"

"전 싸울 거에요! 어떻게 저 이들을 두고 혼자 돌아갈 수 있겠어요?"

 

 백금발이 바람에 헝클어졌다. 아버지가 턱을 앙 다무는 것이 보였다. 평소에는 아버지의 심기가 불편한 기색이라도 보이면 바로 방으로 쏙 들어갔을 옥타비아는,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그 모습을 당당하게 쳐다보았다. 벤자민 카슨은 눈매를 일그러뜨리며 그런 딸과 눈을 마주쳤다. 어릴 적에 본 적이 있던-무섭도록 굳센 눈동자였다. 그 뒤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던.

 

"옥타비아, 제 정신이냐? 저기 가서, 네가. 네가, 어떻게 되기라도 한다면.."

"그가 말했어요, 아가토 카슨이."

 

 벤자민 카슨이 눈을 흡떳다. 네가 그 사람을 어떻게 알지? 분명 아가토 카슨은 초상화 방 가장 깊은 곳에 단단히 커튼을 쳐 두었을 것이다. 카슨 가 누구도 말을 걸지 못하도록.

 

"후회하지 않았대요. 침묵보다는 외치는 것이, 외치는 것 보단 직접 행동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믿었대요. 그건 유의미한 거라고. 행동하지 않으면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옥타비아.."

"전 지혜의 래번클로죠. 전 그 지성이 어딘가에 처박히는 걸 원하지 않아요. 그리고 그걸 지금 깨달았네요. 저희가 고집하고 있던 것은 이성이 아니라 아집이었어요."

 

 옥타비아는 한 손에 월계수 지팡이를 쥐었다. 고대에는 경기의 승자에게 월계수 나뭇잎으로 만든 관을 씌워주었다고 한다. 또한 그 꽃말은 영광. 그 영광의 지팡이를 손에 쥐며, 옥타비아가 이번에는 영광스런 그 전장에 직접 참가하기로 했다. 그녀는 행동하기로 했다. 이 때까지 그녀를 붙잡아왔던 그 침묵과 부동으로부터 완전히 탈피하고.

 

"전 갈 거에요."

 

 부모님을 뒤로하고 그녀가 뛰었다. 프레드 위즐리가 동그랗게 뜬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옥타비아는 프레드의 텅 빈 한쪽 손을 낚아챘다. 같이 가자고, 옳은 것을 위한 저 전장으로 가자고. 가서 싸우고, 쟁취하고, 그리고 승리하자고.

 

"기다리라는 말은 하지 말아요."

"옥타비아, 너.."

"위험하다구요? 알아. 하지만 난 결심했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위해 싸우겠다고."

 

 당신과 함께.

 옥타비아의 파르스름한 회색 눈과 프레드의 눈이 마주쳤다. 그 굳센 눈에 프레드는 미소지을 수 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아가씨인걸. 프레드는 옥타비아가 위험해 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 옥타비아를 말릴 자격은 없었다. 래번클로의 결심을 뒤집을 수 있는 것은 없었고, 그 또한 그리핀도르였으므로 저 용감한 결심을 지지할 수 밖에 없었고, 또한 그런 옥타비아의 모습은 눈물나게 아름다웠으므로.

 

 하여 그들은 호그스미드를 떠나는 인파와 정 반대방향으로 달렸다. 호그와트로, 지난 시간동안 우리의 투쟁터였던 곳으로.

 

 프레드 위즐리가 속삭였다. 왱 하니 부는 붉고 푸른 바람 속에서, 끝까지 함께 가자고.

 

 

 

 

 

 옥타비아의 지팡이는 월계수. 월계수나무 지팡이는 불명예스러운 행동은 수행하지 못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영광스러운 임무를 수행할 때 월계수나무 지팡이는 매우 강력하며, 때로는 치명적인 마법을 부리기도 한다.

 그 날 옥타비아는, 그 옳은 것을 위한 영광스런 전장에서, 그녀가 부릴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치명적인 마법을 부렸다.

 

 호그와트가, 해리 포터가, 그리고 옥타비아 카슨이 승리한 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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